'0.1'을 '1할', '0.01'을 '1푼', '0.001'을 '1리'라고 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할푼리'는 수사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10%는 0.1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아니지요. 10%는 비율이고, 0.1은 수입니다.
가령 100의 10%는 10이지만 10의 10%는 1이고 1의 10%는 0.1입니다. 즉, 비율의 값은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할','푼','리'는 각각 10%, 1%, 0.1%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그러므로 1할은 근본적으로 0.1과 다릅니다. 1할은 비율이고, 0.1은 소수입니다.

우리가 할푼리에 대해 잘못 알도록 하는데 있어서 가장 공이 컸던 것은 바로 초등학교 교과서입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소수의 자릿값으로써 할푼리의 개념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래와 같은 설명을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위 설명과 그림은 보면 볼수록 헷갈립니다. "비율을 소수로 나타낼 때, 그 소수 첫째 자리를 할, 소수 둘째 자리를 푼, 소수 셋째 자리를 리라고 한다." 라고 할푼리의 개념을 설명하여, 할푼리가 비율인지 소수의 수사인지 혼동하게 하고 있습니다.

할푼리의 유래

원래, 비율을 나타내는 할푼리[割分厘]는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입니다. 할푼리(일본에서는 '步合'이라고 부름)는 일본의 고유한 비율의 단위로, 일본의 교과서를 거의 번역하다시피 한 개화기의 교과서에서 퍼센트(%)와 더불어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일본에서는,
비율을 부르는 방법으로 10%를 1할(割)이라 하고, 1할 미만은 1할을 기준으로 해서 소수(小數)의 수사를 사용하여 예컨대, 12.5%를 1할 2분(分) 5리(厘)라 합니다. 여기서 '2분', '5리'라는 것은 1할을 기준으로 2분, 1할을 기준으로 5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분', '리', ··· 에 대한 설명)

 

2. 오해로 인해 빚어진 문제들

할푼리는 비율이지만 그 명칭이 수사에서 유래하였으므로 본질상 수와 혼동되기 쉬운데다 일본 서적을 번역하면서 생긴 오류가  초등학교 교과서 및 수학전문사전에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과서『수학 5-2』p. 102 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옵니다.

우선, 위 문제에서 밑줄 친 '수'는 '비율'로 표기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30%, 8할 7푼 등은 비율이지 수가 아닙니다. 이것이 단순한 오류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문제를 수년간 학생들은 배워 왔으며, 또 오랫동안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이런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 문제에서 '수'를 '비율'로 고친다고 해서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분수나 소수를 비율로서 다룰 때는 아주 조심해서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교수 논문 참조)

이런 문제점들이 초등 교과서 곳곳에 나타납니다.

초등 교과서에 나타난 그 외 잘못된 부분들

 

3. 할푼리를 사용하지 맙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할푼리'를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두가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즉, '0.1=1할'이라는 식의 학습 때문에 첫째로는 수와 비율이 혼동되었고, 둘째로는, 0.1, 0.01, ··· 등에 대한 정확한 우리나라 수사를 모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굳이 할푼리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이라면 야구선수의 타율을 말할 때 편리한 정도일 것입니다.
비율 표시는 국제적 통용 단위인 퍼센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작 일본에서도 할푼리를 우리만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굳이 일본의 할푼리를, 일본보다 더 공들여서, 가르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시간에 학생들에게 우리의 고유 수사를 몇가지 소개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입니다.